Inside One's Pensieve

생각을 꺼내 담아두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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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과 줌 인

내 생각의 길이에 맞춰 일하기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일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혼자 쓰고, 생각하고, 구상한 끝에 시작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포스트잇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한다. 중심에 핵심 메시지를 정자로 적고, 생각나는 말들을 아래의 근거로 붙이거나 위의 메시지로 끌어올린다.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최종 메시지를 다듬는다.

누군가 옆에서 나를 본다면 계속 끄적끄적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

그래서 연필과 지우개를 많이 쓴다. 지우고 적고, 다시 지우고 적는다. 그러다 포스트잇이 더는 쓸 수 없을 만큼 까매지면 과감하게 구겨 버리고 새 포스트잇을 꺼낸다.

워드로 작업할 때도 비슷하다. 한쪽 모니터에는 지금 작성하는 문서가 화면을 꽉 채우도록 띄워놓는다. 다른 모니터에는 참고할 자료나 앞서 작성한 포스트잇의 헤드라인과 핵심 메시지를 펼쳐놓는다.

예전에는 전체 페이지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줌 아웃한 화면을 좋아했다. 이제는 반대다. 지금 작성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확대해놓고, 문장 하나에 집중하는 게 좋다.

이건 예전에 이야기했던 ‘생각의 길이’와도 닿아 있다.

평소 보고서와 책을 읽으며 잘 정리된 목차와 구조를 자주 마주한다. 완성된 결과를 계속 보다 보면, 나도 머릿속에서 구조를 한 번에 0 to 1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니었다.

나는 작은 요소를 하나씩 들여다보고 단단하게 만든 뒤, 서로의 자리를 바꿔가며 메시지를 구성하는 방식이 가장 잘 맞았다. 전체 구조를 먼저 완성하는 게 아니라, 작은 조각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 구조가 보인다.

일하는 방식에도 각자의 생각 길이가 있는 것 같다. 멀리서 전체를 봐야 잘하는 사람이 있고, 눈앞의 문장을 크게 들여다봐야 시작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내 생각의 길이는 줌 아웃보다 줌 인에 가까웠다.

남산 둘레길 이정표


Disclaimer: 앞으로 How I Work에는 내가 일하는 방식에 관한 기억을 구술로 남기고, AI가 기존 글의 결을 참고해 편집할 예정이다.